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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3대 공적 금융기관,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10년간 141兆 투자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최근 10년간 14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Pixabay 제공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최근 10년간 14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Pixabay 제공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최근 10년간 14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31일 발표한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 현황과 문제점`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총 1411,804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융을 제공했다.

이중 수출입은행이 896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함으로 전체 중 63%의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무역보험공사 412천억 원(29%), 산업은행 103천억 원(8%) 순이었다. 금융이 제공된 방식은 보증이 68%, 대출이 32%였다.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이들 기관의 금융제공 행태는 화석연료 사업 전반에 금융제공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해당 금액은 동 기간 석탄에 투입된 공적 자금 11.1조 원의 약 13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업스트림(탐사·시추·개발·생산 단계)35.7조 원, 미드스트림(운송 단계)55.4조 원이 투입됐다. 다운스트림(정유·석유화학·발전 단계)에는 50조 원이 투입됐다.

지역별로는 중동 지역 사업에 39조 원의 금융지원이 제공되면서 전체 제공 금액의 절반을 웃돌았다. , 해당 비중은 지역 특정이 어려운 선박 관련 금융지원 643천억 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다.

한편, 석유·천연가스 사업과 관련된 이산화탄소(CO) 배출량은 전 세계 CO₂ 배출량의 절반에 이르며, 이에 국제기구를 필두로 그 생산과 소비를 조속히 감축해야 한다는 경고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의 전면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며,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석탄 논의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에 비해 석유와 천연가스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천연가스는 연소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석탄보다 적다 뿐이지, 생산 과정과 운송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될 수 없다. 즉,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연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조선(선박&해양플랜트) 산업에 대한 공적 금융제공이 643천억 원으로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전체 공적 금융 141조 원의 45.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설비 건조에 33조억 원(51%), 천연가스 설비 건조에 284천억 원(44%)이 제공됐다.

이처럼 조선 산업에 제공되는 공적 금융 규모가 막대한 것은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수주실적 기준 한국 조선사는 세계 조선 시장의 44.2%를 차지했으며, 같은 해 세계 상위 10개 조선소 중 1~4위가 모두 한국 조선소였다.

하지만 원유나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설비 및 운반선의 건조는 전형적으로 기후변화 전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온실가스로 촉발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국제기구를 비롯해 수많은 환경단체로부터 경고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감소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관련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 공급망 전체의 위축과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이러한 시장 전환이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비록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선박 발주가 일거에 몰리면서 현재 조선 산업이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듯 보이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부재한다면 이러한 호황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들은 공적 금융기관이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 시 맞게 되는 재무적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초기에 대규모 자본을 요 하는 인프라 사업으로서, 적어도 20~30년 동안 장기적인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며 화석연료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업 지속성의 불확실성은 물론 앞으로 자산 가치 평가조차 현재 수준으로 이루어질지 불분명하다. 이를 `좌초자산 위험`이라 한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한 금융기관들 역시 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이상기후의 증가 등으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이전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러한 가격 변동성의 증가로 최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50조 원 규모의 천연가스 인프라 사업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유럽투자은행도 올해 1, 연말까지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모든 투자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스웨덴의 수출신용기관인 스웨덴수출신용공사와 수출신용보증청 역시 2022년까지 화석연료 탐사·시추 사업에 대한 금융제공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독일, 스페인이 `미래를 위한 수출신용 연맹`(Export Finance for Future Coalition, E3F)를 결성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금융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연대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은 20215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 가이드라인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TCFDG20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족한 협의체로 일찍이 재무 정보 공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포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현재 각국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 기준에 기반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적 금융기관들의 TCFD 가이드라인 지지 선언은,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기업 가치 평가와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는 판단이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 말미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적 금융기관들의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금융제공 내역과 TCFD 정보공개를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을 모니터링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공적 자금이 운용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금융제공 현황을 자세히 다룬 첫 보고서라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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